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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입원 간병비 일당…정작 요양병원 못 받는다
2024.07.10 06: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간병비가 월 4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니까 장기입원 대비로 업셀링(추가 상품 구매 유도)하는 경우가 많죠.”(보험설계사 A씨)

지난해부터 이어진 손해보험업계 ‘간병보장 경쟁’으로 보험사가 올해도 간호·간병서비스의 보장을 두터이 한 담보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장기입원한 고객 수요를 잡기 위한 ‘장기입원환자(6개월 이상) 간병인 사용일당’도 나왔다. 이처럼 보장이 커졌으나 현실적으로 ‘보장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간병인 사용일당 기간이 180일 이상이라 장기입원을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상품처럼 보이지만 막상 요양·정신·한방병원을 제외한 상품 구조 탓에 보장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보사 5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올해 180일 이상 장기입원자에게 간병인 사용을 담보하는 신상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그동안 180일 한도였던 간병인 사용일당 기간이 1년까지 확 늘어난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간병인 사용 일당은 간병인을 사용하면 하루당 사용금액을 지급하는 담보다.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80일 한도에서는 ‘요양병원’에서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80일 이상 장기입원하면 담보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를 제한한다. 최근 새로 출시된 간병인 사용일당 담보는 기존 1~180일 담보와는 분리된 구조다. 주요 손보사의 180일 이상 간병인 사용 일당은 ‘요양·정신·한방병원’을 보장에서 제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에 입원한 김 모 씨가 장기입원을 하게 되면 6개월까지는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사용 일당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보장받을 수 있다.

‘간병 파산’이라는 말까지 생긴 가운데 불안한 심리를 파고든 과도한 마케팅에 속지 않기 위해선 180일 이상 간병인 사용 일당은 ‘요양·정신·한방병원’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2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요양기관 종별 입원실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전체 입원 병상(72만 4212개) 중 37.52%는 요양병원(27만 1787개)에 쏠려 있다. 이는 국내 상급종합병원(4만 8057개), 종합병원(11만 1005개), 병원(13만 2262개)를 모두 더한 비중인 40%와 맞먹는 수치다. 여기에 요양병원 환자 구성은 10명 중 약 5명이 장기입원 환자에 해당한다.

막상 보장 대상인 병·의원에서는 6개월(180일) 이상 장기입원 환자가 많지 않다는 특성도 있다. 의료업계 종사자는 “장기입원이 필요한 중증도 환자가 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병·의원급에서는 통원진료·시술·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막상 병원에서 장기입원 환자를 받더라도 3개월·6개월 단위로 끊어 입원하는 상황이 잦아 ‘180일 이상’ 입원 환자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을 비롯한 병·의원의 고령자 평균 입원 일수가 180일을 넘는 질병이 0건인 이유다. 건보공단 자료 중 ‘다빈도 상병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65세 이상의 평균 입원일수는 편마비가 148일로 많았고 이어 하반신마비와 사지마비(142일), 알츠하이머(135일), 뇌 내출혈(109일), 파킨슨병(98일), 뇌경색(60일) 등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 신담보에서 요양·한방병원이 제외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