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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F 2022]"RE100, 탄소중립 위한 최소한의 조치…韓기업 의지 커"
등록일2022.05.16 06:3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매해 다국적 기업의 탄소 중립 기여도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측정하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You can’t manage what you don’t measure)는 말이 CDP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접근법이다. 평가 기준은 기업 활동이 기후와 산림자원, 수자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와 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여부다. 지난해 기준으로 A 등급을 받은 한국 기업은 20곳이었다. SK하이닉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위아, 신한금융그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폴 디킨슨 CDP 설립자.
CDP를 설립하고 현재 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인 RE100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폴 디킨슨은 ‘기후위기:가능성 있는 미래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6월15~1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3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의 CDP 참여도는 상당히 인정할만하다”며 “A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과학적 근거를 둔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워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동참하려는 한국 기업들도 늘고 있다”고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 “기후 변화 이슈는 매해 커질 텐데 여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은 붕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구는 지금보다 온도가 1.5도 ℃ 이상 오르면 파국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RE100이 역할을 할 수 있나.

△RE100을 도입하면 부분적으로는 파국을 피할 것이다. 사실 RE100은 최소한의 조처다. RE100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 충분치 않다. 탄소 배출과 산림 파괴를 막을 다른 활동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는 더 과감하고 급진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지난해 유엔 사무총장이 “화석연료와 온실가스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수십억 명이 생존 위기를 맞았다”고 경고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

-RE100 실행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RE100은 기업 주도 행동의 좋은 사례이지만 정부 의지도 중요하다. CDP는 3000여 개 대기업, 투자자,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해 기업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토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 정책’이 뒤따라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에 과세를 강화하는 등 규제를 내놓아야 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

-기업이 RE100을 도입하면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얻는가.

△기후 변화 행동은 새로운 전략을 짜고 투자를 단행해야 하기에 단기로는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이 불이익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주 등 이해 당사자의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 불이익과 장기 이익을 구분해야 한다. 우편과 인터넷을 비교해보자. 편지를 우편으로 보내는 데에 1달러가 들고,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에 50달러가 든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편지를 발송하면 50통 이후로 비용이 사라진다. 처음은 인터넷이 더 고비용이지만 나중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재생 에너지가 인터넷과 비슷하다.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회사는 RE100 달성이 불가능하기에 시장에서 퇴출해야 하는가. 자금력이 달리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연료가 매력적일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렇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단열재 제조 과정에서 원료로 쓰던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고서 원료를 바꿨다. 온실가스도 석면과 마찬가지다. 위험한 오염원이므로 배출을 멈춰야 한다. 글로벌 석유 회사 셸(Shell)이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해야 하는 매우 충격적인 영상을 제작한 게 1991년이다. (31년이 흐르는 동안) 어째서 우리가 이 회사의 경고를 따르지 못했는지는 정부 조사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이 자금력이 부족해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면 정책이 실패한 탓이다. 정부 통합 기구를 통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 기업의 RE100 의지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상당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 A 등급을 받은 한국 기업은 기후 변화 대응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과학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했고, 앞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과학에 기반 해 감축 목표를 수립한 한국 기업의 동참이 늘고 있다. 사실 기후 변화는 인터넷과 같다. 매년 커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은 붕괴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둔감한 기업은 투자자에게서 어떤 평가를 받는가.

△금융투자업계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신용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평가해 (투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다. 필름 제조사 코닥(Kodak)이 디지털 사진의 등장으로 종말을 맞은 것처럼,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퇴출 당할 수 있다. 투자업계는 탈탄소와 탈물질(디지털화)을 최대 동력으로 삼고 있다.

◇폴 디킨슨 CDP 설립자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환경친화적인 세계 경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2000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를 설립했다. 영국 기후그룹(Climate Group)과 함께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 ‘RE100’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보험학연구소(IFOA)에서 환경 연구 그룹의 일원으로 근무했으며, ‘지속 가능한 제품 마케팅’이라는 개념에 대해 소개한 저서 ‘아름다운 회사’로도 유명하다. 현재 책임투자를 위해 활동하는 영국 비영리기관(NGO) 쉐어액션(ShareAction) 이사회 의장이자 생태공동체 핀드혼 재단(Findhorn Foundation) 이사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인 영국 인플루언스 맵(Influence Map) 고문과 프렌즈 프로비던트 재단(Friends Provident Foundation) 후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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