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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찾아온 역대급 엔저...엔화예금 넣어볼까
등록일2022.05.09 06:0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말부터 조금씩 엔화를 사고 있다. 원·엔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환(換)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3~4차례 5만원씩 샀는데 최근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구매금액을 10만원으로 늘렸다. 이렇게 사모은 엔화는 은행 외화통장에 넣었다. A씨는 “아직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돈 불어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1000원 이상으로 오를 때까진 계속 모을 생각이고 모은 엔화는 팔거나, 나중에 일본 여행을 할 때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의 역대급 엔저가 찾아왔다. 경기 회복을 이유로 일본의 ‘돈풀기 기조’가 유지되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수년간 적용돼 온 ‘100엔=1000원’ 공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환차익을 노리는 재테크족들은 외화통장을 뚫고 엔화를 모으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대로 환테크(환율+재테크)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 것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엔화예금은 불고, 달러예금은 줄고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6046억엔(약 5조8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의 5843억엔보다 203억(1976억원)엔 늘어난 수치며, 지난해 말보다는 22%가 증가, 한화로는 1조516억원이 늘어났다.

월별로 보면 엔화예금은 지난해 12월말 4964억엔에서, 올해 1월 5143억엔, 2월 5263억엔으로 점점 늘었다. 특히 3월에는 5842억엔으로 한 달동안 579억엔이 늘었다. 이는 올해 증가분 전체의 절반 규모다.

엔화가 유독 3월에 늘어난 이유는 엔저 상황이 뚜렷해진 시기이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3월 7일(1069.16원) 이후로 계속 하락세다. 특히 4월 19일에는 965.53원까지 떨어졌다. 100엔당 1000원 선이 깨진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6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원ㆍ엔환율은 975.45원이다.

엔·달러 환율도 만만치 않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130.27엔을 기록하며 2002년 4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30엔 선을 돌파했다. 6일 1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130.60엔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건 달러에 비해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 환차익도 누리지만, 환차손도 고려해야

재테크카페는 오랜만에 찾아온 환테크 기회로 들썩이고 있다. 모바일로 외화통장 뚫는 법, 엔화 사는 법 등의 다양한 문의가 올라오고 있다.

외화통장은 말 그대로 달러, 유로화, 엔화 등 외화를 다루는 통장이다. 가지고 있는 외국 돈을 그대로 입금할 수도 있고, 원화를 입금하면 입금 시점 환율 기준에 따라 원화가 외화로 환전돼 입금되기도 한다. 일반 원화통장과 마찬가지로 외화통장에도 수시입출금 통장이 있고, 기간이 정해진 예ㆍ적금 통장이 있어서 필요에 따라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수시입출식 통장의 경우 대부분 한 통장에 모든 외화를 넣어두면 알아서 국가별 통화를 분할해 관리가 된다. 기간이 정해진 외화 예ㆍ적금 상품은 한 통화만 가능하다.

외화통장의 장점으로는 기본 이자에 대해서는 원화통장과 마찬가지로 15.2%의 이자소득세가 붙지만 발생한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금리는 낮은 편이다.

외화통장을 이용할 때 환율 추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환차익이 아닌 환차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인지해야 한다. 100만원을 주고 샀던 1000달러가 1년 후 90만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찰거래가 수반되지 않은 환전 시, 추후 외화 현찰을 찾을 때 현찰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는 엔화가 저점이지만 과거 달러가 저점이었을 때도 돈이 몰리는 양상이 비슷했다”며 “최근엔 달러가 비싸지면서 달러를 돈으로 찾아 수익실현을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4월 기준 5대 은행의 달러예금 규모는 545억달러(69조원)로 작년말보다 49억달러가 줄었다. 달러값이 오르면서 과거 달러를 쟁여뒀던 사람들이 수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달러당 1100원까지 떨어졌던 달러값은 순식간에 1200선을 회복했고, 이제는 1300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어 “엔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무작정 다른 사람들의 투자방법을 쫓기보단 자신의 여건이나 투자 능력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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