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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W페스타]이복실 "성별 다양성은 시대적 요구… 女이사 더 많아져야"
등록일2021.10.12 05:40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여성의 사회 참여가 많아져야 하는 게 아니에요. 이제 사회가 먼저 여성들을 원하고 있어요.”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회장은 기업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성 이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 이사회에 사실상 여성 이사 1명 이상을 포함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힘쓴 주역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리부트 유어 스토리(Reboot Your Story) : 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공직사회에서 겪은 유리천장을 계기로 후배 여성들을 돕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은 오는 26일 제 10회 W페스타에서 기조연설을 맡는다.
◇유리천장 깬 선구자 “위·아래 양방향으로 깨야”

이 회장은 23세에 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사회에 입문했다. 그는 “처음 교육부로 발령이 났는데 여성 선배가 없으니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웠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승진을 시켜줄까’ ‘나에게도 기회를 줄까’하는 의문이 커졌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의문은 현실로 다가왔다. 본부에서 근무하고 싶었음에도 외부기관 파견이 반복됐다. 그는 본부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돌아온 것은 ‘3개로 정해져 있는 여성 사무관 자리를 더 늘릴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공직 생활 30년 만에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으로 처음 차관을 지냈다. 그는 “당시 여성 국·과장도 많지 않았다”며 “당시 장관이 여성 정책을 만드는 정부 부처에 여성 차관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나를 차관으로 깜짝 기용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여성과 남성의 자리가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그때부터 생겨났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어 “유리천장은 위에서도 깨야 하지만 아래로 깨 줘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을 맡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 자신에 이어 여성 후배들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女 감성·인성, 기업에도 이득

세계여성이사협회는 여성 등기이사들의 전 세계 모임이다. 80여 개 지부에서 4000여 명의 여성이사들이 활동 중이다.

2016년 40여 명의 여성 사내·사외이사들이 모여 한국 지부를 만들었다. 이 회장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한국 지부의 역할을 찾기 위해 1박2일간 머리를 맞댔다”며 “우리의 역량 개발도 중요했지만 여성 후배들의 경영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성 이사 숫자를 늘리는 게 급선무였고 해외 사례부터 찾아봤다. 노르웨이의 경우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이 40%다. 2003년 ‘여성 이사 할당제’ 도입을 시작한 노르웨이를 벤치마킹해 법제화하자는 생각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기업 내 여성 임원을 늘려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민생 현안에 밀리기 일쑤였고,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는 비난도 거셌다”며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법안이 발의되고 나서 1년 6개월 만에야 기적적으로 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자산총액 및 자본금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

이사회의 성별구성에 관한 특례조항인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은 지난해 만들어져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국내 여성 이사는 100명을 넘겼지만, 여전히 전체 이사 중 5%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법 시행으로 여성 이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시행 의무 대상이 아닌 기업들도 벌써부터 여성 이사를 늘리는 것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 기업들이 여성 이사를 추천해달라고 세계여성이사협회에 자문을 구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기업들이 성별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면 투자도 못 받는 시대”라며 “여성들을 의사결정에 필요한 인재로 보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왜 여성 인재가 늘어나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동료들에게도 수평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어 기업에도 이득이 된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여성이 갖춘 감성과 인성, 그리고 열정과 도전정신이 더욱 중요시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월,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다양성을 충족하는 이사가 없는 기업의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골드만삭스는 2019년, 우머노믹스(Womenomics) 5.0 보고서를 통해 국내 노동시장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이뤄진다면 국내총생산(GDP)의 14.4% 증가가 예상된다고도 분석한 바 있다.

그는 끝으로 “여성 사외이사뿐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여성 임원들의 롤모델이 되어 줄 여성 사내이사도 같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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