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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F10th] 한반도 상공에선…미·중·일·러 '동상이몽'
등록일2019.06.07 05: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 협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군사행동을 고려할 수도 있다”(미국).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대국 이미지를 쌓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할 것이다”(중국). “북한에 생존해 있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데려오는 것이 최우선이다 ”(일본). “강대국에서 열외되는 것은 싫지만 북한문제에 돈을 쓰고 싶지는 않다”(러시아).

지난 한 세기 동안 한반도를 두고 줄타기를 해온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의 눈치싸움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네 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다. 오는 12∼13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여는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다. ‘파워게임, 누가 주도하는가’란 첫날 주제 아래 ‘미·중·일·러 난상회담, 롤러코스터 올라타기’란 세션에서 마주 앉을 네 전문가는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연구국장과 저우쿠이 중국 커뮤니케이션대 교수, 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다. 네 전문가는 이날만큼은 각국의 대표자로 나와 자국의 입장을 대변할 예정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볼거리’로 네 전문가의 생각을 미리 들여다봤다.

◇내년 美 대선서 북핵문제 떠오를 듯

네 전문가는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의 역할에 대해선 온도차를 드러냈다.

미국을 대표하는 카지아니스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안에 협상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반대로 군사적 압박을 동원할 수 있다고 봤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올해 말까지 북한과 미국이 어떤 협상도 타결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북핵문제는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독재정권을 포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상황.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국 본토 공격 잠재력이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강경하게 보이고 싶다면 군사행동까지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백악관에서 북한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며 “이란과 베네수엘라 문제, 미·중 무역갈등, 뮬러 특검 결과 등 국내외로 산적한 다른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접촉을 늘려 김정은 정권의 입장을 파악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 정치권과 미국 국민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진보주의자, 신보수주의자의 유일한 공통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이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민들은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지만, 북한정권 교체를 위해 전쟁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수조달러가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약 없는 전쟁에 더 이상 인명과 돈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여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이 같은 현실주의적 외교 메시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중·일·러, “한반도서 존재감 잃고 싶지 않아”

미국과는 달리 중국과 일본·러시아 전문가는 최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북핵문제가 한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의 대화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다자해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저우 교수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은 방관자가 아니다”라며 “한반도의 안정 여부는 중국의 국익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동북지역의 경제 회복과 내부 안정을 위해 한반도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해선 곤란하다”면서도 “미국이 먼저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은 자국 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책임감 있는 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쌓는 데 매진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불안정해진 측면이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미치시타 교수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부각했다. 그는 “평양에 살고있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는 최소 2명”이라며 “북한과 일본은 이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에 대해선 “미국이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일본에 꼭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은 이 과정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등 불공정한 관행이 근절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의지나 여력이 없다고 란코프 교수는 분석했다.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 정부는 강대국의 체면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열외 취급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많은 돈이 드는데, 제한된 수준의 영향력을 얻고자 굳이 돈을 쓰고 싶어하진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핵문제에 대해 체념했다”며 “아무리 압력을 행사하거나 그 어떤 경제적 유인책을 써도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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