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EF 2016]남성과 여성의 균형?.."이해와 인정이 기본" |
| 2016.09.29 0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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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1200만명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암살’에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독립운동가가 등장한다. 단순히 독립운동을 돕는 조력자가 아닌 ‘백발백중’ 암살단을 이끄는 저격수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시그널’의 여주인공은 이전의 드라마 여주인공들과는 다르다. 남자들의 도움과 사랑을 받는 소극적인 캐릭터가 중심이던 이전 드라마와 달리 시그널의 여주인공은 강인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여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두 작품 뒤에는 엔터테인먼트계의 대표 여성으로 손꼽히는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와 김은희 드라마 작가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옆에는 같은 길을 걸으며 조력자이자 동료, 경쟁자이기도 한 남편이 있다. 안 대표의 남편인 최동훈 영화감독, 그리고 김 작가의 남편 장항준 영화감독이 주인공이다. 10월 19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리는 ‘제5회 세계여성경제포럼(WWEF)’에는 이들 두 부부가 참석해 부부간의 애정과 같은 일을 하는 열정, 서로를 돕는 파트너십과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최 감독과 안 대표는 영화 ‘도둑들’과 ‘암살’을 각각 1000만 영화로 만든 ‘쌍천만 부부’로 불린다. 두 사람은 영화계에서 ‘환상의 콤비’로 통한다. 쌍천만 영화는 남성과 여성, 감독과 제작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룬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성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암살’의 저격수인 안옥윤은 최 감독과 안 대표의 의견 교환을 통해 완성됐다. 기존 영화의 독립운동가와는 다른 입체적인 여성 독립운동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의기투합 덕분이다. 안 대표는 “영화계에서는 흔히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본다”며 “약하고 소극적인 여주인공이 아니라 운명과 싸워 이긴 캐릭터를 만들자고 얘기했고 토론 끝에 만들어진 것이 영화의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최 감독과 안 대표 부부의 특징은 서로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최 감독은 영화 감독으로서 창작의 영역에 집중하고, 안 대표는 제작자의 능력을 살려 영화가 완성되도록 서포트하는 일을 한다. 안 대표는 “창작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제작자가 할 일”이라며 “여느 주부처럼 집안일을 하거나 요리를 하는 일은 적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하며 남편을 조력하는 셈”이라고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남성 중심의 영화계에서 여성 제작자로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며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대표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영화계에서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해두고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일을 한 적은 없고 때로는 위기관리 능력 같은 섬세함을 활용하고 때로는 거친 남자들과 상대하며 함께 강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 감독과 김 작가는 서로 만나 시너지를 낸 대표적인 부부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인기 코너인 ‘무한상사’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연출한 무한상사는 예능임에도 한 편의 영화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은 예능국 작가 선후배로 만나 결혼한 후 ‘위기일발 풍년빌라’와 ‘싸인’ 등 드라마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남편을 만나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김 작가는 가장 큰 멘토로 남편을 꼽는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부부이면서 친구이자 스승, 서로 자극이 되는 경쟁자로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다. 장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를 “김 작가가 못 하는 일은 내가 하고, 내가 못 하는 일은 김 작가가 한다”고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서로 해야 할 일을 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 잘하는 일을 찾는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김 작가는 창작에만 전념하고 장 감독은 김 작가가 누구와 함께 작품을 함께 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는 작품에 돌입해 바쁜 김 작가를 대신해 장 감독이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장 감독은 “원래 남녀 일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며 “김 작가가 아역 탤런트라면 나는 아역 탤런트의 엄마,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농담을 섞어 얘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끊임없이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 등에 대한 아이템을 논의하며 서로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장 감독은 “한 때는 김 작가가 ‘장항준 와이프’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내가 ‘김은희 남편’으로 불린다”며 “부부가 서로 자극을 주며 잘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